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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om the past '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내가 살던 동네는 아기자기한 동네였다.

나는 그곳에서 6년 정도를 살았는데,

여름 밤이면 사람들이 뉘집 앞마당처럼 가족끼리 툴툴나와서

외식을 하며 공원에서 여유를 느낀다.

직장의 상관사이라도 우연히 마주친

서로의 가족들을 보며 반가워 한다.

 

우리 가족도 여느 가족처럼 외출을 하는 편이었다.

시장갈때도 엄마따라 졸졸 가기도 했고,

공원에 앉아서 이야기도 나누곤 했다.

나는 이런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어느날 외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나는 가족들을 제치고 먼저 집으로 달려오곤했다.

그런데 어느 슈퍼 앞에 술취한 아저씨가 문구점에 가서

펜과 종이를 사오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 고민을 했다.

하지만 술취한 아저씨의 눈빛은 어느정도 정신이 있어 왠지 안가면 안될듯싶었다.

나는 '어려운일이 아니니까'라는 마음으로 빠르게 심부름을 했다.

 

그리고 펜과 종이를 아저씨께 건내자

아저씨는 잠시만 기다려 보라고 하셨다.

나는 기다렸다.

가만보니 아저씨는 내가 심부름한 펜으로

흰 종이에 흰 토끼를 한필로 그리고 있었다

아저씨는 선물이라고 그 토끼를 주셨다.

나는 얼떨떨했다.

이 광경을 본 엄마는 뭐하냐고 하셨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토끼를 숨기고

집으로 와서 다시 자세히 봤다.

왠지 맘에 들었다.

 

옆모습의 토끼.

둥그런 곡선과 두 개의 귀

그리고 타원형의 눈.

 

서랍속에 넣어두었는데

몇번의 이사로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왠지 그 토끼가 보고싶다.


By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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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소한 미2
  • 2016. 4. 26. 00:27